ㆍ수도, 전력, 철도, 공항 등 줄줄이 추진… 구시대 논리 한국서만 여전히 위세
공공부문 민영화는 어떤 영역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없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 민영화, 전력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민영화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0월 ‘지방 상수도 통합계획’에 따라 163개 지방 상수도를 2030년까지 5개로 통·폐합해 거대 물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었다. 현재 상수도는 대부분 지자체가 직접 관리·운영하고 있지만 2001년 수도법이 개정되면서 민간위탁의 길이 열렸다. 현재 상수도를 수자원공사와 환경공단에 위탁한 지자체는 충남 논산시를 포함, 24개 지자체나 된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민간위탁 이후 운영비 인상으로 이어져 지자체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 민영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상수도 민간위탁 지역에만 상수도관 교체비용 등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 때문이다. 국가가 자신의 업무를 내팽개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상수도 민간위탁 지자체 주민들 반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상수도 민간위탁 MOU를 체결한 지자체 중 강원도 고성군은 10월 24일과 25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2009년 엄청난 가뭄에 시달렸던 태백시도 환경공단으로 민간위탁을 시도하다 시민들의 반발로 민간위탁을 못하고 있다.
올 여름 전력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전력 민영화의 현실도 알려지게 되었다.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계획 확정 후 전기사업법 제정과 발전부분 공기업 분할로 민영화가 시작됐다.
현재 민자 발전회사는 포스코에너지, SK E&S 등 총 10개. 이들의 전력이 화력발전 전기생산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 6.6%에서 2012년 19.3%로 급격히 상승했다. 2027년이 되면 3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발전공공기관의 설비 용량은 제자리인데 민간회사의 용량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3년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의는 전기 민영화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발전부문 개방을 넘어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배전부문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걸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능형 전력망 사업의 효율성과 타당성이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배전부문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은 특정 재벌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
가스산업도 이미 상당 부문 민영화되어 있다. 가스 민영화는 1999년부터 시작되어 현재는 산업용과 발전용 가스에 한해서 직수입이 허용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산업용과 발전용으로 수입하는 업자간의 판매를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인 가스공사의 구매협상력 저하가 나타나 도입가격이 상승하고 결국에는 소매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료비 부담 상승시킬 의료 민영화
의료 민영화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월 마지막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6년 만에 돈벌이 의료 중단, 공공의료 강화를 내걸고 파업투쟁을 벌였다. 영리추구에 매몰된 병원들 때문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고, 정부가 상업화와 민영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서울대병원 파업을 야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를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병원이 호텔업을 할 수 있는 메디텔을 허용했다. 제주도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고 있고, 원격의료가 입법예고되어 있다. 원격의료는 삼성, 엘지, SK, KT 등 재벌 IT기업들에 의료를 새로운 투자처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원격의료는 세계적으로 그 치료 효과성이나 안전성이 확인된 바 없으며, 의료기기 등의 구매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돼 의료비 부담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키는 제도다.
여기에 미국식 의료제도 즉, 보험회사가 병원과 직접 진료비를 계약하는 제도를 목표로 한다고 비판받는 건강생활서비스법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 민영화 논쟁의 핵심에는 철도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철도 민영화 추진 시도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2012년 발표된 ‘수서발 KTX 민간사업자 선정 추진’ 발표 이후 재벌 특혜 시비가 벌어졌다. 2013년에는 수서발 KTX 운영을 담당할 한국철도공사와 연기금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자회사 설립과 적자노선 개방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 철도공사를 지주회사로 하는 영역별 자회사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수서발 KTX를 비롯한 신규 개통 노선 운영권 분리→철도공사 수익 악화→지역 노선 축소 및 폐지→민간 개방의 순서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남부선, 경의선, 장항선을 포함한 8개 주요 적자선이 일차적인 민간 개방 대상이라는 것을 정부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간선철도의 대규모 개방은 요금인상, 열차 안전 위협, 노선 축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2005년 철도청을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분할하면서 큰 전환을 맞은 철도 민영화 정책은 이제 열차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민영화 정책 추진은 철도산업의 파탄을 불러온 영국의 민영화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이외에 일명 PX로 불리는 군 마트 민영화 추진,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과 청주공항 민영화 추진, 공항면세점 민영화 추진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어김없이 민영화 대상이 되고 있다. 민간이 효율적이라는 신화는 이미 구시대의 철학이 된 지 오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태영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 사업본부국장>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31112164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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