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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석채 사임과 민영화의 그늘]공공성 사라진 KT 공기업 민영화의 민낯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311121641251

 

ㆍ수익위주 경영으로 임원·주주만 배불리고 공적서비스는 질 저하 불러

“유선전화에서 매년 6000억원 적자가 난 것을 사업 다각화와 자산 매각으로 그나마 메웠다고? 이석채 회장이었으니 이 정도로 방어했다고 KT가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말이 안 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선전화 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다. 하지만 누구도 근본적인 처방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스마트홈 패드라는 팔리지도 않는 물건으로 대응을 했다. 민영화 이후 모든 수장들이 ‘땜빵식’ 대응만 했으니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20년 이상 KT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는 KT가 주장하고 있는 매년 6000억원 적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부터 예상됐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적자를 방패 삼아 이석채 회장을 옹호하는 KT의 해명을 꼬집은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퇴진 표명 이후 불거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공기업 민영화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익 위주의 경영을 펴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2002년 민영화 이후 공공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T. 사진은 서울 KT 서초사옥에 직원이 출근하는 모습. | 연합뉴스

 


공기업이 민영화가 되면 가장 먼저 훼손되는 것이 공공성이다. KT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와서 고쳐줬던’ 전화국 직원은 사라지고, ‘전화 접수’를 해야만 달려오는 KT 직원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KT 직원이 가지고 다니는 PDA에 접수된 것을 수리해야만 성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미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산다>는 공공성이 사라진 KT의 현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회선 수리를 위해 시골을 찾은 KT 직원이 “전화국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전신주에 올라가 회선을 정비한 직원에게 시골 노인들은 시원한 물을 내왔다. 고맙다는 표시다. “가끔씩 동네에 문제가 있는 것 좀 고쳐주면 안 되나”라고 요청하는 노인에게 KT 직원은 “예전하고 달라졌어요. 전화로 접수를 해야만 돼요. 사고수리 접수가 되지 않은 것을 고치면 우리 성과에 포함되지 않아요. 꼭 전화로 사고접수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시골 노인들에게 KT의 바뀐 시스템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주주 배당액 순이익의 90% 넘어
김 감독은 “시골에 있는 어른들과 한국통신 시절에 입사했던 직원들은 KT보다는 전화국 시절 기억을 많이 한다. 심지어 여전히 전화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 위주의 경영 과실은 경영진과 주주들에게만 돌아갔다. 이석채 회장은 취임 이후 고배당 정책을 펴왔다.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액은 순이익의 90%를 넘기도 했다. 2009년의 경우 KT의 당기순이익이 5165억원이었는데, 배당 총액이 4864억원으로 배당 성향이 94.2%나 됐다.

KT에서 나온 이익이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간 것이다. 2002년 정부가 KT를 민영화하면서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최대 이윤 보장’이 지켜진 셈이다. 경영진과 이사의 보수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KT새노조 주장에 따르면 이 회장 취임 후 이사 보수는 44.4% 인상, 경영진 보수는 123.7%가 인상됐다.

반면 KT 직원들의 임금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전체 임금인상률이 16%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액이나 연구개발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민영화 이전인 2001년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가 24.9%를 차지했다. 민영화가 시작된 2002년 설비투자비 비율은 매출액 대비 18.2%로 줄었고, 2012년에는 15.5%까지 줄어들었다. 2001년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2.79%였지만, 2012년에는 2.02%로 하락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처장은 ‘민영화의 폐해와 대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공기업 시절 국가 통신인프라 유지·보수라는 공공성 중심 경영이 민영화와 더불어 매출 지상주의로 변모했다”면서 “공공성이 사라진 KT에서 고수익은 오로지 대주주와 그들을 대리한 경영진들만이 누렸고, 피해는 KT 노동자들과 소비자들만 입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 ‘서비스 불만’ 부작용
또 다른 문제점은 불합리한 인력 감축으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다. KT도 민영화를 앞두고 대규모 조직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1998년에는 76개 전화국이 감축되고, 84개 전화국이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5143명이 퇴직했다. 1999년에는 경영혁신계획을 발표하면서 3700여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해야만 했다. 2000년 800여명 퇴직, 2001년 700여명의 계약직 해고, 114 안내원 800여명 등이 회사를 나갔다. 2003년 9월 5000명 명예퇴직, 2009년 12월 이석채 회장 시절에는 5992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대규모 인력 축소는 ‘서비스 불만’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KT 민영화를 연구한 김유경씨의 석사 논문에 따르면 ‘통신사업 특성상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품질 하락과 통신장애를 비롯한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게 된다’고 분석했다. 통신이라는 보편적 서비스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서비스의 질까지 낮아진다는 것이다.

김유경씨는 “민간기업의 목적상 수익사업으로 볼 수 없는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취약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7년부터 시도된 KT 민영화는 통신시장 개방 압력의 영향과 IMF 외환위기 극복, 공공부문의 비효율적인 경영혁신 차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KT 민영화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전문가들은 민영화된 공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송유나 연구위원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기업이 민영화된 이후에는 공공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성을 이끌어내려면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공적지분을 획득하는 것이 대안이다. 공적지분을 일정 부분 가진 후 민영화된 공기업의 공공성을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시민사회가 함께 결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