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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

[항일무장투쟁 발자취를 따라서] 이념에 물린 반쪽 광복운동史

[항일무장투쟁 발자취를 따라서] 이념에 물린 반쪽 광복운동

 지난 12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邯鄲)의 진기로예 열사릉원. 이곳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좌파계열 독립운동가 진광화·윤세주 열사의 묘가 모셔져 있었다. 두 열사는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하다 1942년 6월 중국 태항산에서 공산당과 함께 일본군에 대항한 '마전(痲田)반격전'에서 전사한 투사들이다. 11박12일의 중국 화북지역 항일투쟁지 답사일정 중 이 능원을 찾은 단원들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을 위해 싸운 이들을 왜 기려야 합니까." 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후손은 답사 주최측의 두 열사 추모행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단원은 "옛날 같았으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을 일"이라고도 했다.

이념대립의 찌꺼기는 이렇듯 이국의 항일열사 묘역에도 남아 있었다. 아니 어쩌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일는지도 모른다. 광복 후 남한의 민족주의 계열은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제 자리를 잃었다. 사회주의 계열은 북한으로 떠나버렸다.

독립운동 역사가 외면당한 한국 사회에서 친일잔재 청산 구호는 초라하게 잦아들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는 오늘까지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광복운동은 1911년 임시정부 수립 후 광복이 될 때까지만 해도 좌·우를 구별하기보다 항일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했다. 이에 대한 좌·우 편가르기는 광복 이후에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불거진 것이다.

올해로 광복 61년째다. 하지만 독립운동사의 자리를 대신 꿰찬 이념이란 '괴물'은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다. 젊음을 나라에 바친 수많은 독립투사들은 그 뒤에서 빛이 바랜 채 있다. 언제가 돼야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보게 될까. 열흘 넘게 중국 대륙을 답사하며 내내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원본 위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8141813241&code=210000&s_code=af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