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 김어준 "음모론이라고? 반증을 제시하세요"(인터뷰)
"이 영화는 '개표 절차에 하자가 있었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통계 영화가 아니에요. 통계에 몰입하면, 통계전문가가 아닌이상 마치 전문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거든요. 그게 전형적 물타기라고 생각합니다. 명백하게 전문적 주장을 내놨는데, '(그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흘러가니까요."
다큐멘터리 '더 플랜'(감독 최진성, 제작 프로젝트부)을 제작한 김어준은 영화를 통해 지난 2012년 진행된 제18대 대선의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한다. 미분류표의 개표 내역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간 득표 격차를 '1.5'라는 일정한 비율로 그리고 있었다는 내용을 담는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프로젝트 3부작을 준비해 온 프로젝트부는 그 첫 번째 영화로 부정개표 의혹을 담은 '더 플랜'을 선택했다. 그 외 프로젝트 아이템으로는 세월호 참사, MB 비자금 사건이 더 있다.
17일 서울 충정로에서 이뤄진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김어준은 영화가 공개된 뒤 일각에서 제기된 음모론 의혹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통계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더 플랜'의 내용은 논문으로도 완성돼 미국 정치학회에 발표됐다.) 합리적 의심을 파고든 이 작업에 음모론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김어준이라는 이름 뒤에 '음모론'이라는 키워드가 유독 자주 따라붙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중에서, 파파이스에서든 어디서든 제가 주장한 내용이 음모로 밝혀진 적이 있는지, 아무 근거가 없다고 밝혀진 것이 뭐가 있는지 반증을 제시해야 한다 생각해요. 선관위 디도스 추적도, 대통령 오촌살인사건도 그랬어요. 처음엔 대부분 음모라 이야기했죠. 하지만 데이터 기반 없이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음모론이잖아요."
'더 플랜'은 지난 2012년 대선 후 제기된 여러 의혹을 지난 4년여 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김어준은 "이상징후라 생각되는 점들이 많았는데, 정황이나 추정 혹은 가설을 넘어서는 확정적 규칙성, 전체를 관통하는 규칙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제작 보류 단계였다"며 "작년 4월 '1.5'라는 규칙적 숫자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 사회과학 논문이 검증을 거치듯, 오랜 기간 통계학자들과 연구했어요. 실제 며칠 전 논문을 미국 정치학회에 발표했고요. (의혹을) 발견하고 논문까지 1년이 걸렸어요. 그 숫자가 통계적으로 확실하다는 내부적 결론이 난 작년 12월에야 영화 제작을 결정했죠. 아시다시피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아직 탄핵까지 가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영화는 그로부터 1년 후 올해 11월부터 (이후) 개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제작했어요. 최순실 씨의 놀라운 활약으로 5월9일 대선이 확정됐으니, 제작 기간은 4개월 남짓이었고 최진성 감독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영화가 완성됐죠. 대선 이전 개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감독은 사람이 아닌 꼴로 4개월을 지냈어요."
김어준은 이날 인터뷰에서 '더 플랜'의 제작 중 진행한 전수조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일정한 수치, 규칙성을 발견하기 위해 제작진이 기울인 노력이었다. 그는 "지역 선관위는 251개, 개표소(투표소) 숫자는 1만3천541개였고, 투표기는 1천861대가 돌아갔다. 투표함의 숫자는 1만8천여 개였고, 각 투표함 위에 유권자 수, 투표자 수, 체크한 사람이 누구라는 내용이 쓰인 투표록이 붙는데 그것이 1만8천336쪽"이라고 밝혔다.
이어 "251개 선관위로부터 정보공개요청을 했고 투표록 10만 개, 개표상황표 1만3천 개 전수를 다 받았다"며 "선관위가 공식 발표한 관련 문서를 전부 입수하는 데 2년이 걸렸고 전수조사하는 데 2년이 걸렸다. 4년차 되던 해 이 자료들 간 규칙성을 캐나다에 계신 통계학자를 통해 발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팀에서 내부적으로는 이 규칙성을 발견하지 못했아요. 3천만 표가 251개로 나뉘어져 있고, 10만 개가 넘는 투표록으로 분류되죠. 1만3천개 이상의 개표상황표가 나와있어 규칙성 발견이 어려웠어요. 이상한 점은 많았는데 규칙을 찾기 어려웠던 거죠. 규칙성이 없다면 '그냥 이상할' 뿐인 거잖아요. 규칙을 발견해달라고 국내 많은 통계학자들에게 의뢰했어요. 개표 과정 중 일부 사람에 의한 착오,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체가 누군가에 대해 콘트롤될 수 있다는 의심은 한 마디로 너무 음모론적이잖아요. 그 분들이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고 규칙툴을 돌려도 발견이 안됐을 수도 있지만 단 한 명이 규칙성을 발견해줬어요. 평생 통계학자로 산 분이었고 캐나다에서 상도 받고 상당히 이름있는 분이었는데, 애초 정치적 성향, 활동과 상관없는 캐나다국적자였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다큐멘터리지만, 보고도 믿기 힘든 의혹과 검증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음모론을 떠올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김어준과 '더 플랜' 제작진 역시 내부적으로 의구심을 품었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반론 가설을 스스로 세우고 이에 대한 반증을 거쳐 주장의 완결성을 확보해갔다. 특히 미분류표 개표 결과의 경향이 노인 투표자들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는 '노인 가설'은 '더 플랜' 제작진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1.5'라는 숫자가 너무 심플해서,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의구심을 가지고 반론 가설을 세웠어요. 이 영화가 미분류표 중 박근혜 후보 표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인데, 지지층 특징이 고연령층이니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기표할 때 손이 떨려 도장이 걸치게 나왔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죠. 그래서 우리도 제일 먼저 이에 대한 반론 가설을 세워 맞는 데이터가 나오는지 확인해봤어요. 연령이 변수라 생각해, 평균 연령대가 가장 높은 선거구를 100개 뽑았어요. 그리고 투표자들의 나이가 가장 어린 선거구를 100개 뽑았죠. 한 마디로 늙은 선거구, 젊은 선거구를 비교한 거에요. 사실 10개만 봐도 경향성이 나오지만 100개 했어요. 오히려 젊은 선거구의 미분류표에서 두 후보 간 표차가 더 크더라고요. '노인 가설'대로라면 젊은이들 손이 더 떨린다는 말이 되는거죠."
이런 검증 끝에 '노인 가설'을 폐기했지만, '더 플랜'을 향한 반론 중 '노인 가설'은 여전히 가장 눈에 띄는 주장이다. 김어준은 이런 시각을 보내는 이들을 향해 "실제 논문 수준으로 반론을 검증하려 시도해보지 않은 분들일 것"이라며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은 그럴 이유가 없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해야 했다"고 답했다.
영화는 오는 20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온라인 상에서 영화를 먼저 공개해 파장을 몰고 왔다. 영화를 무료로 공개한 것에 대해 그는 "이 영화의 목표는 수익이 아니다"라며 "개표 과정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영화가 목적한 바는, '개표 절차에 하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이번에는 그 하자가 없도록 하자'는 거예요.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결론은 3천만 개의 숫자를 분석했더니 지역·계층·정치 성향 등 어떤 변수와도 무관하게 통계적으로 기획됐다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숫자가 나왔다는 것이죠. 사람의 개입 없이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주장, 통계적으로 기획된 개표였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해요. 개표 과정에는 누구의 개입도 있어선 안되는 것 아닌가요? '문재인이 이겼는데 박근혜가 뒤집었나' 혹은 '박근혜가 승리를 확실하게 하려 했나' 같은 질문은 우리 영화와 상관 없어요. 박근혜가 처음부터 이긴 선거여도, 명백히 사람의 개입이 있는 선거가 돼선 안된다는 거죠. 이번엔 똑같은 식으로 개표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개표소 테이블 하나만 순서를 바꿔도 위험성을 줄일 수 있어요. 어느 정당 누구도 마다할 이유가 없죠. 추가적 비용 없이, 법 개정도 없이 이번에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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