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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한겨레] 국정원 알바부대 '알파팀' 조직원의 최초 폭로

[한겨레] 하어영 기자 글

국정원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작성한 게시글 숫자에 따라 한달에 50만~60만원 정도를 받았다.”

국가정보원이 ‘알파팀’이라는 이름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게시글을 작성하는 한편, ‘용산 참사’ 항의 집회 등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준 집회 등에 참여해 동영상을 채증하는데도 동원됐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알파팀에서 활동한 ㄱ씨는 15일 <한겨레21> 취재팀과 만나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관련 증거로 알파팀의 활동 내역이 담긴 수십통의 전자우편과 입금 내역이 담긴 통장 원본, 국정원으로부터 하달된 여론조작용 참고자료 등을 공개했다. 알파팀과 같은 국정원 ‘알바부대’의 실태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ㄱ씨의 증언과 그가 공개한 전자우편 등을 보면, 알파팀이 결성된 시기는 2008년 봄~여름 이명박 정권에게 큰 타격을 줬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마무리된 직후인 12월이었다. 10명 안팎의 우익청년들로 꾸려진 알파팀의 리더는 김성욱 현 한국자유연합 대표였다. 김 대표와 ㄱ씨 등이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보면, 김 대표는 ‘학교’라는 암호로 불린 국정원으로부터 여론 조작 지침을 받고 팀원들에게 당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던 다음 ‘아고라’ 등 여러 게시판에 정권을 옹호하고 비판세력을 공격하는 글을 게시할 것을 지시했다. ㄱ씨는 “2008년 12월 국정원 직원 6~7명으로부터 서울 광화문의 한 중식당에서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이 회의에 알파팀 초기멤버였던 6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 쪽이 ‘나라를 위해서 여론을 바꾸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세부적인 활동 과제는 김 대표가 전자우편으로 팀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활동의 대가로 ㄱ씨 등 우익 성향 청년들은 게시물 하나에 2만5000원~5만원 정도의 ‘고료’(원고료)를 받았다. ㄱ씨는 “이 돈이 많으면 한달에 50만~60만원 정도 됐다. 고료는 김 대표로부터 은행계좌를 통해 입금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2009년 초 ㄱ씨의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을 통해 확인된다. 

이들의 활동 무대는 온라인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 2년차인 2009년 1월 ‘용산참사’가 발생해 그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부 사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확산되자 알파팀원들은 집회 현장에서 동영상을 채증해 올 것을 요구 받는다. ㄱ씨는 “국정원의 요구로 용산참사 집회 동영상도 찍었다. 집회가 있던 날 낮에 광화문 ㅇ참치집에서 국정원 직원 5명, 알파팀 5명 정도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모토롤라 스타텍(휴대폰 기종) 모양의 동영상 촬영 장비를 팀원들에게 나눠주며 집회에서 벌어지는 폭력행위나 충돌 등을 찍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어 “이 작업에 대한 수고비로 10만~20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그밖에 “다른팀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체적인 실체는 모른다”고 답했다. 국정원이 민간인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지급하면서, 여론 조작과 집회 채증을 지시하는 것은 국정원법 위반이다.

ㄱ씨는 알파팀 존재를 뒤늦게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나는 여전히 보수주의자다. 보수의 가치는 전통을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고 사실과 진실을 좇는 것이다. 지금 보수는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보수가 계속 영향력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ㄱ씨의 증언에 대해 알파팀의 관리자로 지목된 김성욱 대표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알파팀을 운영하긴 했으나 국정원의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국정원도 “해당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알파팀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17일 공개되는 <한겨레21> 1158호에 자세히 담겼다.

김완 정환봉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